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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교⊙철학

[스크랩] 범패(梵唄)

by 삶의향기21 2017. 11.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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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패


1. 범패의 특징과 내용
2. 안채비와 바깥채비
3. 축원(祝願)과 화청(和請)


1. 범패(梵唄)의 특징과 내용


범패를 갖추어 말하면 범음범패(梵音梵唄)라 한다. ‘범음’은 여래께서 지니신 3 2종의 외적 특징(三十二相) 가운데 하나인 부처님의 음성을 말하며, 동시에 그분의 말씀 즉 가르침을 의미한다.

한편 ‘범패’ 는 석존(釋尊)의 공덕을 찬미하는 노래를 말하는데, 방법으로는 석존의 공덕을 직접 찬탄하는 것과 석존 내지 그분의 뜻을 따르는 선∙조사들이 남기신 어구(語句)를 마음에 새기고 기억하기 위해 곡을 붙여 음영(吟詠)하는 것으로 구분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어느 쪽이든 수행도(修行道)의 일환으로 거행한다는 점이며, 그래야만 삼보께 올리는 진정한 찬탄이며 음성공양(音聲供養)일 수 있다는 점이다.


한편 불교에서는 사미십계(沙彌十戒)의 덕목 가운데 8번째가‘不自歌舞作唱故往觀聽’으로, 스스로 노래나 춤을 추지 말 것은 물론 관람이나 청취 조차 금하였다. 그러나 범패의 ‘패(唄)’ 는 범어 패닉(唄匿) 혹은 파척(婆陟)의 음역으로 보고 있으며, 그 의미를 ‘지단지식(止斷止息)’ 에 두고 있듯, 세속의 가무(歌舞)와 달리 복잡한 외연(外緣)을 끊게 하고 분주한 내심(內心)을 가라앉히는 공능(功能)이 있다. 때문에 범패와 작법을 자타의 성불을 돕는 수행도의 일환이라 한 것이며, 삼보께서 공찬(共讚)하실 법사(法事)로 진정한 의미에서의 공양이므로 ‘음성공양(音聲供養)’이라 한 것이다.


불교의 고향이 인도(印度)이듯 범패의 시원 역시 인도일 가능성이 많다.

당시로는 신흥종교인 불교는 교리를 전파함에 이장위종(理長爲宗)의 입장에서 바라문교(婆羅門敎)의 사상과 문화를 원용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범패 역시 바라문교의 오명(五明) 가운데 언어∙문자 등을 밝힌 문법학의 일종인‘성명(聲明, s′abda-vidya-)’에서 비롯된 바라문교의 음악에 연원을 두고 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불교의 입장에서 살피면, 『화엄경』이나『대장엄경(大莊嚴經)』등에 석존께서 정각을 이루시는 장면이 장엄하게 펼쳐지고 있다. 이때 시방의 불∙ 보살님은 물론 삼천대천세계의 28천자(天子)와 족행신(足行神)을 위시한
39위 선신들이 각기 수많은 권속을 거느리고 붓다가야의 보리도량(菩提道場)에 운집하여 각기 10편의 게송으로 석존의 성불을 찬탄하였다. 경사스러움을 기리는 자리인 만큼 표현으로 가무(歌舞)가 있었음은 필연의 이치이며, 이것이 범패와 작법의 연원임도 자명한 일이다. 다만 표현 방법에 대해 구체적으로 전하는 내용이 없어 현존 범패나 작법과의 관계를 살필 수 없음은 안타까운 일이다.


한편, 범패와 작법을‘어산(魚山)’이라 부르고, 범패의 대가인 장부(丈夫)를 ‘어장(魚丈)’ 이라 하는데 그 연원은 이렇다.

중국 위무제(魏武帝: 155~220)의 넷째 아들 조식(曹植:192~232) 일명 조자건(曹子建)이 산동성 연주부 동아현 서쪽에 있는 어산(魚山)1)에 올라 고요히 앉아 있다 하늘로부터 들려오는 소리를 듣게 되는데, 그 소리는 세상의 소리와 달리 사람의 마음을 감동케 하는 것이었다 한다. 이에 조식은 그 소리와 연못에서 노니는 물고기의 모양을 본떠『태자서응본기경(太子瑞應本起經)』에 기초를 두고 ‘태자송(太子頌)’ 등을 만들었는데 이것이 범패의 시원이라 한다.
일설에는 조식이 어산에서 범승(梵僧)을 만나 그로부터 범패를 배웠다고도 전한다.


우리나라의 범패는 신라의 진감국사(眞鑑國師慧昭:774~850)의 대공탑비문(大空塔碑文)에 의하면, 진감국사께서 정원(貞元) 20년(804, 애장왕 5) 31세 때 구법(求法)차 세공사(歲貢使)를 따라 당나라에 건너가 마조 도일(馬祖道一)의 제자 창주신감(滄洲神龕)의 법을 잇고 수행하다 범패를 배우고, 태화(太和) 4년(830)에 귀국했는데, 귀국 후 옥천사(玉泉寺:현 하동 쌍계사)에서 수많은 제자에게 범패를 전수하심이 그 시초라 한다.


그러나『삼국유사』월명사도솔가조(月明師兜率歌條)에 의하면 월명사(月明師)가 “향가(鄕歌)만 알 뿐 성범(聲梵) 즉 범패를 알지 못한다” 하였는데, 이때가 경덕왕 19년(760)이다. 따라서 진감국사 이전에 이미 범패가
있었음을 알 수 있고, 이런 사실은 앞서 살폈듯이 일본승 원인(圓仁) 저『입당구법순례행기(入唐求法巡禮行記)』의‘적산원강경의식(赤山院講經儀式)’에도 나타나 있다.


이 땅의 범음∙범패는 그 가사와 곡이 모두 한국적이거나 한국적으로 수용한 것이다. 다시 말해 교리적인 면은 물론, 수용 당시의 사상∙문화∙예술∙역사적인 면이 망라되어 있어 한국불교를 효과적으로 이해하는 데는 필수 덕목이다.


그간 범패의 특징에 대해 발표된 내용을 정리하면 ① 우리나라 불교의 의식음악이다, ② 가곡(歌曲) 판소리와 더불어 우리나라 삼대성악(三大聲樂)의 하나다, ③ 장단과 화성이 없는 단성선율(單聲旋律)이다, ④ 발생 연
대가 8~9세기라는 점에서 서양 음악사의 주류를 이루는 근원이 그레고리아(Gregorius)2) 성가에 있듯 범패는 우리 정악(正樂), 즉 궁중 제사음악을 제외한 아악(雅樂)에 큰 영향을 끼쳤다 등이다.


1) 산 아래 암굴(岩窟)에 연못이 있고 그 중앙에 석어(石魚)가 있어 산명(山名)이 되었다 함. 일설에는 영축산의 이명(異名)이라 함.

2) 천주교에서 미사 때 두 성가대가 시편의 노래로 번갈아 부르는 사이에 시편 구절들을 낭송할 때 말하듯이 하는 곡조.



사진 2. 감로탱화(봉원사 소장)

한봉 창엽(漢峰瑲曄) 등, 〈서울 봉은사 감로왕도〉, 1892, 비단에 채색, 200×316.5㎝, 서울특별시 유형문화재 제236호, 봉은사. 화면 상단 중앙에 칠여래가 자리하고 오른쪽에 아미타삼존이, 왼쪽에 지장보살과 관음보살이 구름을 타고 강림하고 있다. 중앙의 제단 앞에서 의식이 진행되고 있고 아래에 아귀 둘이 꿇어앉아 있다. 주변에는 현실과 지옥의 여러 모습들이 묘사되어 있다. 출처 : 한국민족문화대백과


사진 3. 감로탱화 세부(봉원사 소장)



또, 하나의 특징은 범패에는 공인된 악보가 없어 그 전수에 어려움이 있어 고래로 어장의 구전심수(口傳心授)에 의하여 전수(傳授)하고 있는 실정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일제의 강점기와 서구식 교육으로 빚어진 문화단층현상에 의한 직접적 피해자인 현대인, 범패의 특징에 대한 이들의 이해를 어떻게 도와야 할까?

이런 범패의 특징은 랩뮤직(rapmusic)과 비교하여 설명하면 다소 이해의 폭을 더할 수 있을 것이다. 랩뮤직이 강렬하고 반복적인 리듬에 맞춰 짧은 시간에 많은 내용을 전달함에 비해, 상대적 특징을 지닌 범패는 그 리듬이 장인굴곡(長引屈曲)하고 유현청화(幽玄淸和)하다.

즉 하나의 글자 내지는 하나의 단어를 길게 끌어가며 굴곡을 이루고, 깊고 그윽하고 맑고 부드럽게 소리냄으로써 일즉다(一卽多)의 차원에서 그 뜻을 깊이 있게 음미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즉, 범패에는 연꽃이 흙탕물 속에 있어도 물들지 않고, 맑은 물에 씻겨도 요염하지 않듯 세간의 소리이자 율동이면서도 속되지 않고 성현의 경지를 넘보게 하는 품위와 아름다움이 있다.



2. 안채비와 바깥채비


승가에서의 일은 대체로 이(理)와 사(事)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살필 수 있다.

이와 사는 도리(道理)와 사상(事相)이라는 뜻으로 이것을 진속(眞俗)에 배대하면 이(理)를 진제(眞諦:불변의 진리. 절대평등의 본체) 사(事)를 속제(俗諦:차별의 원리. 만유차별의 현상계)라 한다.

이런 이치는 승려의 구분에도 적용되어 승려를 크게 이판승(理判僧)과 사판승(事判僧)으로 나눈다. 이판승은 속세를 떠나 수도에 전심하는 승려를 말하며, 사판승은 절의 모든 재물과 사무를 맡아 처리하는 승려를 가리킨다.


이 원리는 의식에도 적용되어 이적(理的)인 면과 사적(事的=情的)인 측면을 고려하여 거행한다. 이적인 면이라 함은 불교가 진리를 설파하는 종교인만큼 의식의 목적에 접근하는 방법으로 이적인 면을 취함이고, 사적
인 면이라 함은 인정(人情)에 호소함으로써 자칫 딱딱하고 냉정하기 쉬운 이적인 면을 부드럽고 따듯한 체온으로 감쌈을 말한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안채비와 바깥채비는 각기 이와 사에 해당한다.


안채비는 주로 이적인 면에서 의식의 목적에 접근하는 것이다. 따라서 그 내용은‘착어(着語)’에서와 같이 많은 어구(語句)를 이용하여 반복∙부연∙수식∙설명함으로써 전하려는 이적 내용을 충분히 전달토록 하고 있다. 의식 내용이 이적이라는 점과 한정된 시간에 많은 내용의 전달을 목적으로 하는 소리는 바깥채비의 홑소리나 짓소리와 같이 길어서는 곤란하다.
따라서 유치(由致)∙착어(着語)∙편게(編偈)∙게탁(偈鐸) 등 범패(梵唄)의 사성(四聲)을 취하고 있다. 정리컨대 이들 범패의 사성은 바깥채비의 소리에 비해 소리의 길이가 매우 짧고 굴곡이 심하지 않아 리듬보다는 그 의미
에 주의(注意)를 집중하도록 구성되어 있음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한편, 재의 규모가 큰 경우 타사(他寺)의 스님을 초청하더라도 안채비 의식은 주로 자사(自寺)의 스님 가운데 학덕 높은 스님이 거행함을 원칙으로 한다.


바깥채비는 사적(事的=情的)인 면에서 의식 전체의 진행을 선도하는 특징을 보인다. 안채비가 대체로 산문(散文) 형태임에 비해, 바깥채비의 내용은 절구(絶句)인 한시(漢詩) 형태가 대부분이다.

내용 면에서는 안채비를 거행키 위한 준비, 혹은 거행 후에 그 내용을 압축∙정리한 것이 대부분이다. 전체적으로는 의식의 진행이라는 측면에서 대중의 이목이 집중될 수 있도록 소리는 고성(高聲)이고 굴곡이 두드러진 특징을 보인다. 또, 라∙착복(着服)∙법고(法鼓) 등의 작법(作法)이 함께 어우러져 의식의 분위기를 점층적으로 고조시켜 나간다.


결론적으로, 권공의식이나 천도의식 등 의식의 종류에 따라 안채비나 바깥채비 어느 한 쪽에 비중을 두게는 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이적인 면과 사적인 면이 어우러지면서 사생이중(死生二衆)을 중도(中道)의 장으로 이
끌어 의식의 목적을 성취케 한다.


1) 안채비 소리 - 범패의 사성(四聲) 3)


범패의 발성법(發聲法)상 확연히 구분되는 특성을 지닌 소리를 4종(四種)으로 구분하여 범패의 사성(四聲)이라 하는데, 유치성(由致聲)∙착어성(着語聲)∙편게성(編偈聲)∙게탁성(偈鐸聲) 등이 있다.


유치성(由致聲)은 직촉(直促)을 특징으로 하며, 지장청(地藏請) 의 <유치(由致)> 가운데 ‘제함담이유섭인문(恕旅拈而猶履因門)’에 대한 유치성을 예로 보면‘제(恕)’자를 잡은 후 ‘함(旅)’ 자로 넘어갈 때 호흡을 멈추지 않고 이어 나가는데, 이와 같은 발성법을 ‘직촉(直促)’ 이라 한다.

유치성의 종류에는 삼보통청(三寶通請)∙미타청(彌陀請)∙약사청(藥師請)∙미륵청(彌勒請)∙관음청(觀音請)∙지장청(地藏請) 등 각청(各請)의 유치(由致) 및「관음예문(觀音禮文)」등이 있다.


착어성(着語聲)은 여거(勵擧)를 특징으로 하는데, 여거(勵擧)란 소리에 무게를 실어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장중함과 엄숙함을 느끼도록 하는 발성법을 말한다. 착어는 법어(法語)라는 뜻이다. 착어성의 종류로는「관음시
식」의 착어(着語)를 비롯한 각종 시식의 착어 등이 있다.


편게성(編偈聲)은 편게성(片偈聲)이라고도 한다. 편게(編偈)라는 단어에서 짐작할 수 있듯 소리가 일정한 법칙에 의해 매우 조직적으로 운용된다. 또 편게(片偈)라고도 표현되듯 음악에서 말하는 소절(小節)이 분명함을 특징으로 한다. 무엇보다도 가장 큰 특징은‘고자(高字)’에서 소리의 끝을 드는 듯이 처리한다는 데 있다.

이러한 특징 때문에 착어성(着語聲)에 비해 다소 경쾌한 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관욕(灌浴)」「전시식(奠施食)」의 증명청(證明請)∙「구병시식(救病施食)」의 증명청 등이다.


게탁성(偈鐸聲)은 개타성(皆打聲)이라고도 한다. 본래는 개계성(開啓聲)으로 거행해야 할 것을 시간을 단축할 필요가 있을 때, 특별히 강조할 부분 외에는 목탁을 울리며 글을 읽듯이 일정한 박자로 충충 읽어 내려가는
소리를 말한다. 예컨대「영산작법(靈山作法)」에서 대직찬(大直讚)을 개계성으로 거행하면 약 30분 정도 소요되지만, 게탁성으로 거행하면 3~10분으로 단축할 수 있다. 「영산작법(靈山作法)」의 대직찬(大直讚)∙중직찬(中直讚)∙소직찬(小直讚)∙대개계(大開啓)∙대청불(大請佛) 등이 있다.


사진 5. 짓소리



2) 바깥채비 소리 - 홑소리와 짓소리


바깥채비의 소리는 아래의 표에서 보듯 대체로 5가지 관점에서 구분할 수 있다.



직책(용상방)

내용

소리

역할

길이

홑소리(單聲)

범패(梵唄)

절구(絶句) 위주

독창 위주

찬탄

단(短)

짓소리(겹聲)

범음(梵音)

불∙보살명호위주

소리

진행

장(長)


위의 표에서 보듯 바깥채비는 홑소리와 짓소리로 구분하는데 그 기준은 복잡하다. 홑소리(單聲)의 경우 그 내용은 대체로 안채비를 거행하기 위한 준비, 혹은 거행 후에 그 내용을 압축∙정리한 것으로 절구(絶句)인 한시
(漢詩) 형태가 대부분이다. 거행되는 시간은 짓소리에 비해 짧으며, 독창을 위주로 거행하는 점에 주목하여‘홑소리’혹은‘단성(單聲)’이라고 이름한다. 재시용상방(齋時龍象榜)의 직책 가운데 범패(梵唄)가 주관한다.


짓소리(겹성)은 홑소리에 비해 주로 의식진행에 중점을 두고 거행한다는 특징이 있다. 예컨대「이운의식(移運儀式)」이나「식당작법(食堂作法)」등에서 소례(所禮)의 명호를 가사로 소례의 가호(加護) 가운데 이운(移運)이나 배식(配食) 등이 원만히 이루어지기를 기원할 때 거행한다. 따라서 소요 시간이 길며, 대중 모두의 제창(齊唱)으로 거행되는데 홑소리와 구분하여 패(=무리)를 지어 소리한다는 의미로 ‘짓소리’ 혹은 ‘겹성’ 이라 부른다. 재시용상방(齋時龍象榜)의 직책 가운데 범음(梵音)이 주관한다.


한편, 짓소리는 홑소리의 모든 과정을 습득한 승려가 익히는 고차원적인 것이며 그 가지 수는 과거 7 2종이 있었다고 하는데, 『동음집(同音集)』에는 54종이 곡목이 실려 있고, 지금은 15종만이 전해 오고 있다.


허덜품은 홑소리나 짓소리 외에 해당 의식의 서두나 중간에‘허덜품’이 있음을 들 수 있다. 허드레∙군소리라는 의미를 지닌 허덜품은 특별한 가사나 의미가 없다. <정례>나 <보례> 등에서 대중이 함께 짓소리를 거행하
다 거행 시간의 연장이 필요할 때, 중번(中番=丈夫)의 지시를 받은 인도 1인이 거행한다. 단, 짓소리의 경우 시간이 촉박한 경우에는 생략하지만, 홑소리의 경우에는 생략할 수 없다.



3. 축원(祝願)과 화청(和請)


1) 축원(祝願)


축원(祝願)이란 불∙보살님 등 소례(所禮)에게 능례(能禮)인 자신이나 시주(施主) 혹은 사중(寺中)의 소원을 아뢰고 아뢴 내용을 이룰 수 있도록 비는 일을 말한다.


즉 재를 거행하는 이유가 가장 잘 나타난 곳이‘축원(祝願)’이다. 축원은 용상방(龍象榜)의 축상(祝上)이나 유나(維那) 또는 육번(六番) 가운데 유치(由致)를 담당한 중번(中番) 등 법주가 재자를 대신해 소례께 고한다. 부연
하면, 이와 같은 의식은 신앙 의례에서만 가능하고 또 정당화 내지는 미화(美化)될 수 있는 일이다.

즉 능례의 공양과 소례의 가피는 손익계산서(損益計算書)로 따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자식을 위한 부모의 사랑은‘하해(河海)와 같다’는 표현도 부족하지만‘어버이날’어린 손에 들려온 작은 꽃 한 송이에 그간의 노고는 일순 보상되기 때문이다. 하물며 불교에서의 소례가 대자대비(大慈大悲)하신 분이심에랴!


이런 예를 드는 것은 그간 불교의 발전을 논하는 많은 자리에서 작금의 불교를 ‘기복불교(祈福佛敎)’ 로 규정하는 소리가 높았고, 마치 기복적 신앙행위를 반성 내지는 배척해야 할 것으로 비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바(娑婆)가 곧 정토(淨土)요 번뇌(煩惱)가 보리(菩提)임을 외치는 안목(眼目)이라면 기복적인 면이야말로 신앙의 원초적 형태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사진 6. 화청                                                          사진 7. 북장단   



2) 화청(和請)


글자로 보아 화청이란‘고루 청한다’는 의미이며, 그 대상은 불∙보살로부터 제도의 대상인 중생 모두다. 즉 성범(聖凡)이 함께 하는 자리를 다시금 마련하여 정토의 완성을 구현하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방편으로 삼보를 증명(證明)으로 모신 가운데 인도(引導)한 분이 대중과 친숙한 민속적 음조로 교리에 관한 쉬운 사설을 얹어 부른다. 이때 반주악기로는 인도(引導)의 태징과 장단을 맞추는 말번(=바라지)의 북이 전부다. 소리는 서도소리조(調)로 엇모리 장단에 맞추어 행한다.


발생의 측면에서 살피면, 이 땅에 전래된 불교는 대승불교였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을 경유지로한 불교의 전적(典籍)은 한문으로 기록된 것이었기에 불교의 귀족화를 초래케 되었으며 결과적으로 대승불교의 본의를 퇴색케하였다.


화청이란 바로 이런 점을 우려하신 선사들에 의해 불법의 내용을 난해한 한문이 아닌 우리말에 친근감이 가도록 우리의 가락을 붙여 대승불교의 본면목을 살리려는, 이른바 불교 대중화의 일환으로 고안된 이 땅의 불교의
식이다.


그렇게 해서 현실 위주(爲主) 내지는 자기 위주적인 중생심에 무상(無常)의 이치와 동체자비심(同體慈悲心)을 깨우쳐 사생이령(死生二靈)으로 하여금 지혜로써 극락왕생 및 적정열반(寂靜涅槃)에 이르게 하려는 의식이다.
화청을 달리‘회심곡(回心曲)’이라 일컫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현재 조사된 화청 가사의 종류만도 37종에 이르고 있는데, 내용은 법회의 성격에 따라 차이를 보이고 있으나 대체로 제도의 대상이 되는 대중을 고루 청해 모시고 불∙보살님의 공덕을 찬탄하며 불법을 들어 참회하고 발
원함으로 해서 법회를 개설한 목적을 성취케 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화청의 대부분은 일반 대중의 교화를 목적으로 이루어졌기로 이승과 저승 그리고 극락 등의 모습과 여기에 수생(受生)케 되는 인연 등을 말하는 인과법
(因果法)과, 세월의 무상(無常)함을 주제로 한 것이 대부분이다.


한편 고유명사로서의‘회심곡’은 조선 중기 서산대사(西山大師) 휴정(休靜)이 지었다는 불가(佛歌)이며, ‘회심곡(悔心曲)’‘회심가(回心歌)’로 표기한 곳도 있다. 전체232구로4∙4조이며,『 신편보권문(新編普勸文)』및『염불보권문(念佛普勸文)』에 전한다.


이로써 보면‘회심곡’은 분명 고유명사이다. 그러나 불법(佛法)을 난해한 글이 아닌 쉬운 말로써, 그리고 친근감이 가도록 우리의 가락을 붙여 대승불교의 본면목을 드러내려는 형식의 곡을 의식에서 일반적으로 ‘화청’ 또 ‘회심곡’이라 부른다. 따라서 ‘화청’ 이나 ‘회심곡’ 은 점차 고유명사가 아닌 보통명사화 되기에 이르렀다.


‘화청’이 보통명사임을 전제로『석문의범』에 등재된 종류를 보면, 서두에 밝힌 8종 외에도 유사한 내용으로 신년가(新年歌)∙가가가음(可歌可吟)∙신불가(信佛歌)∙찬불가(讚佛歌)∙사월파일경축가(四月八日慶祝歌)∙성탄경축가(聖誕慶祝歌)∙성도가(成道歌)∙오도가(悟道歌)∙열반가(涅槃歌)∙월인찬불가(月印讚佛歌)∙ 목련지효가(目蓮至孝歌)∙학도권면가(學徒勸勉歌)∙관음신앙가(觀音信仰歌)∙문맹퇴치가(文盲退治歌)∙애국발심가(愛國發心歌)∙안양왕생가(安養往生歌)∙불전화혼가(佛前華婚歌)∙금강산유산록(金剛山遊山錄)∙관악산유산록(冠岳山遊山錄) 등 19종이 등재되어 있다.


화청 말미에 설판재자(設辦齋者)와 동참 대중의 소원이 성취되도록 소례(所禮)께 한문 사설로 엮어진 축원을 올리는 의식이 축원화청(祝願和請)이다. 일반 축원의 거행에는 음(音)의 굴곡이 심하지 않고 차분한 가운데 거행된다. 이에 비해 ‘축원화청’ 은 6박이 한 장단을 이루고 있으며 다소 경쾌한 느낌이 있다. 이때의 반주악기도 인도의 태징과 장단을 맞추는 말번의 북이 전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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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패(梵唄)


불교의식에서 사용되는 범패(梵唄)는 어산(魚山) 또는 인도(印度, 引導)소리라고도 한다. 가곡(歌曲) · 판소리와 함께 우리나라 3대 성악의 하나로 꼽히는 범패는 장단이 없고, 단성선율(單聲旋律)이며, 의식음악(儀式音樂)이라는 점에서 서양의 그레고리안성가 (Gregorian Chant)와 상통하는 음악이다.1


범패의 기원에 대해서는 영산회상 기원설, 묘음보살(妙音菩薩)의 음악공양설, 중국 조식(曺植)창작설 등이 있고, 그 전승에 대하여 오(吳)의 지겸(支謙)이 범패삼계(梵唄三契)를 짓고, 강승회(康僧會)가 니항범패(泥恒梵唄)를 만들어 강남에 범패성명(梵唄聲明)을 크게 유생시켰다. 이러한 범패는 당에 유학간 신라 진감선사(眞鑑禪師)에 의해 한국 범패로 이어졌으며, 범패는 불교의식의 진행시 사용되어지는 모든 음악을 총칭한다2.


1 www.koreandb.net 에서 발췌
2 www.pompae.or.kr에서 발췌



▶ 범패의 역사


한국의 범패는 신라의 진감선사(眞鑑禪師)로부터 시작된 것으로 되어 있다. 하동 쌍계사의 진감선사대공탑비문(眞鑑禪師大空塔碑文) 에 의하면 진감선사는 804년(애장왕 5) 세공사(歲貢使)로 당(唐)나라에 갔다가 830년(흥덕왕 5)에 귀국하여 옥천사(玉泉寺), 즉 쌍계사에서 많은 제자들에게 범패를 가르쳤다고 되어 있다. 그러나 그 이전에도 우리나라에 범패가 있었다는 것은 『삼국유사』 권5 <월명사> 도솔가조나 일본승 원인자각대사(圓仁慈覺大師)가 쓴 『입당구법순례행기 (入唐求法巡禮行記)』 의 기록으로 알 수 있다3.


범패는 통일신라시대에 불교문화의 한 부분으로 우리나라에 유입되었지만, 본격적으로 중국의 범패를 한국에 소개하고 가르친 사람은 진감선사라고 할 수 있다.


고려는 국교가 불교였고, 연등회를 성대히 하고 백좌도장을 왕궁에 설치하여 대규모의 도량을 설립했다는 기록으로 보아 범패가 발달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조선의 범패는 대휘화상(大輝和尙)이 쓴 『범음종보 (梵音宗譜)』 (1748)가 있어서 법패승(梵唄僧)들의 계보를 알 수 있다. 이 책에 의하면 인도의 범패는 묘음보살 (妙音菩薩)이 영축산에서 헌악공불(獻樂供佛)함으로써 비롯되었고, 중국에서는 위(魏)의 조자건(曺子建)이 고기 노는 모양을 보고 범패를 익혀 이를 어산(魚山)이라 하였다는 기록이 전한다. 4 대략 세종 때부터 임진왜란 이후까지 범패의 법통이 계승 되었고, 18세기 이후에 많은 범패승들이 전해지는 것으로 보아 조선시대에도 성행했으리라고 추정된다.


3 김해숙, 백대웅, 최태현 공저, 『전통음악개론』 도서출판 어울림, 1995, P107

4 www.koreandb.net 에서 발췌



▶ 범패의 종류 5


범패는 주로 상주권공재 (常住勸供齋) 6 · 시왕각배재 (十王各拜齋) 7 · 생전예수재 (生前豫修齋)8 · 수륙재 (水陵齋)9 · 영산재 (靈山齋)10 등 5가지 재에 사용되며, 음악적인 스타일에 따라서 안채비들이 부르는 안채비 소리와 바깥채비가 부르는 훗소리, 그 밖에 축원을 하는 하청·회심곡 등 네 종류로 나뉘며, 좁은 의미의 범패는 훗소리만을 가리킨다.


5 김해숙, 백대웅, 최태현 공저, 『전통음악개론』 도서출판 어울림, 1995, P1O3-106
6 죽은 사람을 위한 기본이 되는 재로서 보통 하루가 걸린다. 49재나 소상(小祥) · 대상(大祥) 때 하는 규모가 작은 재이고, 무속의 오귀굿이나 씻김굿에 해당한다.
7 저승에 있다는 십대왕에게 행운을 비는 의식으로 상주권공재 보다 규모가 약간 크고 무속의 재수굿에 해당한다.
8 죽어서 극락왕생하게 해 달라고 생전에 미리 지내는 재이며 무속의 생오귀굿에 해당한다.

9 수중고혼을 위한 재로 강이나 바다에 배를 띄워 놓고 행한다. 규모가 클 때에는 처음에 절에서, 나중에 강이나 바다로 나가 방생재를 하고, 무속의 용왕굿에 해당한다.
10 국가의 안녕이나 군인들의 무운장구와 큰 조직체를 위해서 또는 죽은자를 위해서 행한다. 3일이나 걸리는 규모가 가장 큰 재이며 무속의 동재(洞齋)에 비교할 수 있다.



(1) 안채비소리


절 안의 법주승이 재주를 축원하기 위해서 부르는 노래로 염불이라고도 한다. 훗소리나 짓소리에 비해서 비교적 빠르며 사설은 한문으로 된 산문이다.
연주곡목은 착어성(着語聲)·창혼(唱魂)·유치성(由致聲)·청문성(請文聲)·편계성(偏界聲)·소성(疎聲)·축원성(祝願聲)·가영성(歌詠聲)·고아게성(故我偈聲)·헌좌게성(獻座偈聲)·종성(鍾聲)·탄백성(歎白聲)등이 있다.


(2) 훗소리


범패승이 다른 절에 초청 받고 가서 불러주는 즉 바같채비가 부르는 노래의 한 갈래인데, 다섯 가지 재에 불려지는 노래 대부분이 훗소리이다. 구성지고 부드러운 창법으로 노래하며 짓소리에 비해서 한 선율의 길이가 짧다.


7언4구나 5언 4구의 한문 정형시를 노래하며, 합창으로도 불리지만 대개 독창으로 불려진다.

앞 2구는 안짝, 뒤 2구는 밧짝이라 하는데 의식에 따라서 안짝은 간략히 축소하여 가사를 촘촘히 넣어서 '쓸어서' 부르고, 밧짝은 제대로 길게 부르기도 한다.


(3) 짓소리


긴소리라는 뜻으로 훗소리를 모두 배운 범패승이 부르며 불교의식이 간소화 되면서 잘 불리 우지 않게 되어 지금은 열 세곡 정도만 전해진다. 넓은 도량에 10여명씩 둥글게 원을 만들어 여러 팀이 합창하며 삼현육각 반주가 곁들어지는데 이때 장부(丈夫)가 입모양이나 손가락으로 지휘한다.

한문산문이나 범어(梵語)의 사설로 되어 있고 한 곡이 30~40분 이상 걸리는 것도 많다. 저음으로 노래하며 꿋꿋하고 우렁찬 발성(長引聲)으로 장대하게 부른다.


(4) 화청·회심곡


범패의 한 갈래로 불교의 포교를 위해서 재를 끝낼 때 부르는 노래이다. 대중이 잘 알 수 있는 소리조로 교리를 이해시키고 믿게 하기 쉬운 사설을 얹어 부르며, 선율은 민요의 영향이 크다.



작법 (作法)


불교 의식 춤을 범무(梵舞), 착복(着服) 또는 작법(作法)이라고 한다.


오늘의 불교춤의 형성은 《동국세시기》 에 나타난 법고춤과 바라춤 그리고 착복춤이 《불교사전》 에 기록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조선조 후기로 보인다.


조선조 5백 년의 배불 정책으로 불교가 서민 불교로 변모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불교 예술이 활기를 띤 것을 볼 수가 있다. 즉 불교가 유교에 밀려 표면상으로는 지배 계층에서 외면 받은 채 서민 부녀자 중심의 불교가 되었다. 따라서 승려들은 불교의 포교 방법으로 염불계(念佛契)를 장려하고 염불을 널리 유행시키고 제식에 예술적 형식을 도입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예술적 형식의 도입은 불승의 환속에서 비롯되었다는 설이 있다.


조선조의 배불 정책으로 인한 사사 혁파(寺社革罷)로 승려들은 환속하여 민간의 재인 광대와 어울리게 되고 승광대가 되어 이른바 사당패가 성립된다. 그러니까 불교춤의 형성은 이들 승광대들에 의해 창조되고 이것이 사찰의 재식에서 작법으로 추게 된 것 같다.


지금의 불교춤은 재식 절차에 따라 범패와 더불어 하나의 작법으로 추지만 조선 후기에는 이른바 영산재와 같은 큰 재식에서 모든 재가 끝나고 승려들이 식사를 할 때 춘 것으로 보인다. 이것을 식당 작법이라 하는데 지금의 식당 작법을 통해서 볼 때 춤추는 장소는 넓은 마당에 차일을 치고 극락을 상징하는 각종의 장식과 괘불(掛佛)을 한다. 오관(五觀)들은 범패를 하고 타주(打柱)들은 나비춤(어산춤 또는 작법춤)을 비롯하여 바라춤, 법고춤, 타주춤과 같은 춤으로 부처님께 신업공양(身業供養)을 한다. 이러는 가운데 승려들은 식사를 한다.

그런데 조선 후기의 불교에서 의식의 예술화는 이와 같이 신앙 체험으로서의 고백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의식의 예술화에 거꾸로 신앙 체험과 신앙심을 불러일으키려고 한 것이다.


조선 후기의 불교가 이와 같이 종교적 의식에 예술을 도입한 것은 당시의 불교가 대중 불교로 전환함에 따라 어려운 불경보다는 예술적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포교에 유익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밀교적인 성격을 띤 것에 대한 비판이 19세기 말에는 불교 종단에서 일어남으로써 사찰에서 가무하는 것이 오히려 불교의 정법을 파괴 할 우려가 있다고 이를 금지한 일이 있었다. 그렇지만 조선 후기는 서민 문화가 발달 한 시기이기 때문에 불교춤은 더욱더 성행하는 추세였다.

이렇게 해서 발달한 재식춤 은 영산재(靈山齋)나 수륙방생재, 예수재(豫修齋), 사영재(死靈齋) 등에서 행해짐으로써 조선 후기에는 사찰이 서민들의 축제장이 되어 가무하는 것이 통례가 되었다. 여기에 민중이 동참하여 마을 축제의 계기가 되어 생활에 활력을 주는 사회적 의미를 갖게 된 것이다.11


11 정병호, 『한국의 전통춤』 CD-ROM 서울시스템주식회사, 1996



▶ 작법춤의 종류와 내용


불교 의식 춤은 그 대부분이 영산재(靈山齋) 중 식당작법(食堂作法)에 속에 포함 되어있다. 그러나 그 밖에도 상주권공재 (常住勸供齋)· 시왕각배재 (十王各拜齋) · 생전예수재 (生前豫修齋) · 수륙재 (水陵齋) 중에도 요잡(績匝)이라 하여 그 의식의 곡목 중간 중간에 춤이 많이 삽입되어 있다.


작법춤의 종류는 착복춤(고기춤), 타주춤(打柱), 바라춤, 법고춤 등 네 가지가 있는데 이러한 춤은 다음과 같은 내용을 가지고 있다


(1) 착복춤(고기춤)


고기춤과 타주춤을 추라고 하는 것을 '착복하십시요'라 한다. 이는 불복을 입으라는 뜻과 그 옷을 입고 작법춤을 추라는 행위까지 포함하고 있으나 어의(語意)상으로 보면 춤옷을 입으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어산춤의 공양은 보통 한 사람이 하지만 두 사람 또는 네 사람이 하는 수도 있다. 어산춤은 향화게(香花渴), 운심게(運心偈), 오공양(五供養), 도량게(道場偈), 다게(茶偈), 사방요신(四方搖身) 등과 같은 범패에 맞추어 추거나 호적, 징 등의 범악과 태징, 북, 호적 등 삼현육각으로 반주하는 수도 있다.


고기춤은 양손을 옆으로 펴고 조용히 서 있는 사위, 앉았다 일어서기를 하면서 고기가 헤엄을 치듯이 하는 동작과 역시 고기가 헤엄을 치면서 도는 행용을 하기도 한다. 그리고 4방 또는 8방을 향해 손을 흔들면서 양손에 쥔 연꽃을 친다.


좌우로 어깨를 어르기도 하고 마치 고기가 꼬리를 치듯이 양손을 옆으로 벌리고 뒤로 제치기를 반복하고 양손을 옆으로 벌려 고기가 헤엄을 치듯이 곱게 무릎을 굽혀 앉는 동작을 3번 반복한다.
이렇듯 고기춤은 고기가 헤엄을 쳐서 연꽃에 올라가 하늘로 승천하는 것처럼 아름답게 춤을 춘다.


그런데 어산춤은 부처님께 몸으로 공양하는 춤이지만 이 밖에 자비의 발견, 마음의 발견, 법공(法空)을 발견하기 위하여 추는 것이므로 어산춤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고 아울러 법열(法悅)에 도달하기 위하여 추는 것이라 전한다.12


(2) 타주춤


불교에 있어 수행을 다짐한다는 의미를 상징하는 춤이다. 즉 불교의 중요한 수행법인 팔정도(八正道)를 각각 팔각의 기둥 위에 보이도록 표시하여 오른손에 채를 잡고 이 채로 팔정도의 기둥을 두드리며 주위를 돌며 추는 춤이다. 이 춤은 동작으로 보아서는 춤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춤의 사위가 단조로우나 나비춤과 같은 의상으로 정중한 동작을 나타내는 불교의식무용으로서는 중요시된다


타주춤은 이른바 팔정도지주(八正道支柱)를 향해 두 사람이 마주보고 타주 채를 왼쪽 어깨에 메고 타주 기둥을 반회전 하고 다시 두 사람은 마주보고 제자리에서 3번 타주채를 흔들어 춤을 춘 다음 타주 기둥을 한 번 때린다. 이러한 동작을 반복하며 마지막에는 팔정도 기둥을 발로 차서 넘어뜨리고 춤이 끝난다.

그런데 여기서 팔정도 기둥을 넘어뜨린 것은 여덟 가지(정견, 정사유, 정어, 정업, 정명, 정정진, 정념, 정정) 불교적교의의 실천 수행이 끝나고 도가 성숙하였으므로 영원히 삼계(三界)를 벗어났다는 뜻이 된다.13


12 정병호, 『한국의 전통충』 CD-ROM, 서울시스델주식회사, 1995
13 정병호, 『한국의 전통춤』 CD-RO낀, 서울시스템주식회사, 1996


(3) 바라춤


바라춤은 불법을 수호한다는 의미를 상징하는 춤이다. 즉 의식도량(儀式道場)을 정화하여 성스러운 장소가 되게 하는 기능을 지닌 춤이란 것이다. 따라서 이 바라춤은 의식절차상 특히 도량정화와 깊은 관계를 갖고 추어진다.


바라는 한편 요잡이라고도 말하는데 이 요잡은 사람들을 모을 때 또는 부처님을 찬양하는 악기로 썼다는 기록이 있다. 또한 범패(불교음악) · 호적 · 태징 · 삼현육각 등의 반주에 맞추어 추는 바라춤은 부처님을 찬양하고 허공 중생들을 천도한다는 뜻에서 춘다는 설이 있으며 한편으로는 보살들에게 보여 주는 포교적 기능도 있다 하겠다.


바라춤의 몇 가지 유형을 살펴보면 천수바라춤, 명바라춤, 사다라니바라춤, 관욕게바라춤, 내림게바라춤, 막바라춤 등이 있다.


승려의 장삼과 가사를 걸치고 추는 바라춤의 기본은 두 개의 바라의 바닥을 위로 나란히 하여 소리를 내는 것을 비롯하여 양손으로 바라를 치고 머리 위로 같이 올려 내리는 경우와 따로따로 올렸다 내리는 동작, 바라를 치고 번갈아 손목을 돌리면서 머리 위로 올리는 동작 그리고 바라를 치고 바라를 머리 위로 올려 뒤 어깨에 가져가는 동작이 있으며 역동성이 넘치는 춤이라 하겠다. 14


(4) 법고춤


법고는 범종(梵鐘) · 목어(木魚) · 운판(雲板) 등과 아울러 불교악기의 사물(四物)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이들 사물은 불교의식에서 매우 중요시되는 불교악기이다. 이들 네 악기는 그 소리를 내는 기능에 따라 전설적인 내용이 부여되어 있다. 즉 법고는 네 발 가진 짐승을 위하여 치는 것이고, 범종은 지옥중생을 위하여 치는 것이며, 목어는 물속의 중생(衆生)을 위하여 치며, 운판은 하늘을 나는 공중의 중생을 위하여 치는 것이라 한다. 그러나 이와 같은 사물악기의 기능에 전설적 의미를 부여하게 됨은 사물악기를 동시에 칠 때에 모든 우주의 중생은 이들 사물악기의 소리를 듣고 정각(正覺)을 이루게 하라는 의미를 지닌다.


법고춤은 먼저 두 손을 벌려 북통을 주르르 훑어 내린 후 북채를 다시 두 손에 모아 3번 북을 친 다음 빠른 가락으로 다양하게 북을 치기도 한다. 또 좌우 옆으로 보고 한손으로 북을 치는 경우와 발을 벌려 몸을 틀어 한 바퀴를 돌면서 양손으로 북을 치는 동작을 하기도 하고, 또 역시 발을 벌린 채 좌우로 몸을 틀면서 북을 치는 동작을 하면서 춤을 춘다.15


독립적으로 불교의식에서 추는 법고춤은 불교의식에 있어 환희심을 불러일으키는 용악환회라고 하는 뜻을 상징하는 춤으로 춤사위와 동작이 크고 활기에 넘치며 의상은 바라춤에서와 같은 보통 승려의 의상을 입는다.


14 정병호 『한국의 전통춤』 CD-RO 서울시스템주식회사, 1996
15 정병호, 「한국의 전통충」 CD-ROM, 서을시스템주식회사, 1996










출처 : 마음의 정원
글쓴이 : 마음의 정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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