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고도원의아침편지

향기가 낭자하다

by 삶의향기21 2017. 5. 4.

           

향기가 낭자하다 저렇게 농익을 때까지
한자리에 얼마나 앉아 있었던 것인가

비명도 지나가고
한숨도 지나가고

너를 낳아준 어머니의 한숨이야 말할 것 없겠고

터질 것처럼 붉은 해 두 알
업보를 다 덮어줄 푸른 손바닥

때 된 것들의 만남
향기가 낭자하다

- 한순의 시집《내안의 깊은 슬픔이 말을 걸 때》에 실린
                   시〈연잎 아래 감 두 알〉(전문)에서 -

* 시인의 시선은 놀랍습니다.
푸른 연잎에 떨어진 감 두 알을 보고
지난 시절의 비명과 한숨을 읽어냅니다.
인생도 다를 바 없습니다. 한 자리를 오래 지키기가
참 어렵습니다. 비바람과 천둥, 비명과 한숨이
수없이 교차합니다. 그 세월을 오래 견디면서
익을 만큼 익으면 저절로 내뿜는 향기가
사방에 가득합니다.

오늘도 많이 웃으세요.


'◈ 고도원의아침편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가 무언가를 찾고 있다면  (0) 2017.05.06
혼자 비를 맞으며  (0) 2017.05.05
새로운 종류의 인간  (0) 2017.05.03
영웅 이야기  (0) 2017.05.02
살 길, 죽을 길  (0) 2017.05.01